<영혼의 미술관 —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존 암스트롱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특정 미술품에 대한 자신의 연구와 생각,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재미있게 풀어
독자들에게 어려운 미술을 쉽게 풀이해주는 책으로 생각했으나,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예술, 사랑, 자연, 돈, 정치에 대한 생각을
140여점의 회화, 조각, 사진, 건축물, 공산품 등의 예술작품들을 통해 풀어내었다.
부제가 힌트를 준 것처럼 이 책은 ‘미술관’이나 개개의 작품이 아니라
‘예술이 우리 영혼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에게 예술의 역사적 배경이나 가치, 표현 기법 등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것으로부터 느껴지는 개인적인 감정에 충실하라고 하며
예술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이해의 기초 위에 우리의 의도를 얹으라고 권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참된 미(美)를 알기 위해서
인간은 인생을 증오하고, 혼란과 좌절을 느끼고 고통을 겪는 동시에
그럴 필요가 없기를 희망하는 잔인한 마음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아름다운 예술이 단지 좋기만 한 게 아니라 개개인에게 소중한 배경으로 완성된다고 말한 것이다.
즉 인생의 쓴맛, 단맛을 알고 모순된 인생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으며
예술의 완성은 하나의 미술품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의미’를 갖게 될 때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자는 작품의 정신을 우리의 심리적 약점과 긴밀하게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예술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바라보고 우리를 위로하며,
더 나아가 예술작품으로 우리의 감수성을 훈련시켜 타인의 필요를 감지하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의 이상을 수립하는 것이 예술에 대한 올바른 접근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예술은 보는 이의 개인적인 차원—상처 받고 고통 당하며 한계에 부딪힌 한 사람의 영혼—의 치유에
그치지 않고 타인으로 사회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알랭 드 보통이 생각하는 예술의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무덤덤한 위로와 용기를 우리에게 전한다.
순수한 자연만을 자연이라 하지 않고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산업화의 결과물 마저 자연이라고 여기며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과 예술의 사회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자본주의를 견제하면서도 돈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순수 자연만을 자연이라 하지 않고, 순수 예술만을 예술이라고 하지 않으며,
기쁨만 있는 인생이 참된 인생이라 하지 않는,
예술과 인생에 대한 그의 균형감 있는 심미관때문일 것이다.
파랑새를 찾으러 멀리 떠날 필요가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그의 담담한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된다.
'Composer's Story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원제 Art and Fear) (0) | 2021.09.28 |
---|